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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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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대사회와 정신병
작성자 송추정신병원 작성일 2011-07-11  (조회 : 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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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정신병 
 
보통사람들은 아마 대수롭지 않게 ‘미친놈’이란 소리를 내뱉을 수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에 동네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미친 행동을 가끔 보아왔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욕이 얼마나 끔찍한 말인지 모른다.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은 그리스 언어로 ‘마음이 분리된’이라는 의미이며, 이를 일본식으로 해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혐오스러운 정신분열증 병명이 국회의 약사법 개정을 통하여 조만간 ‘조현병(調絃病)’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라는 뜻이며, 엉클어진 뇌신경망을 적절하게 조율함으로써 병을 치료한다는 보다 인간존중 개념의 용어라 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은 사고의 장애, 망상, 환각(환청), 현실과 동떨어진 기이한 행동, 언어능력 와해, 인지능력 장애 등 정상인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묘한 사고와 행동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질병이다. 특히 유병률은 인구의 1%가량이지만, 사춘기 전후의 청소년에서 조기에 발병하고, 여전히 장기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가족 전체의 생활을 제약하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질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전적인 요소, 성장 환경 등 여러 가지 발병 요인들이 알려져 있으나, 주 원인물질은 ‘도파민(dopamine)’이다. 도파민은 인간 뇌 속에 존재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며, 행복감, 쾌락, 사랑 등의 감정을 일으키는 소위 ‘행복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뇌 내 도파민 신경계의 기능이 항진되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정신분열증, 중독증 등이 유발되고, 반대로 기능이 위축되면 파킨슨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이 생기게 된다.
도파민은 인간의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로서, 고도의 통합적 사고력, 창조성, 신념, 도전정신, 성취욕 등 고차원적인 인간의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뇌 내 도파민 신경계가 적절하게 활성화된 사람은 매우 목표 지향적이고, 기존 환경에 대한 변화 욕구가 높고, 매사에 신속한 행동력을 보이게 된다. 혹자는 도파민이 활성화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요즈음 현대 사회를 ‘도파민 사회’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도파민형 인간’으로는 흔히 알렉산더대왕, 콜럼버스,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에디슨,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단기간에 경쟁력이 있는 국가가 된 밑바탕에는 바로 강인함, 도전정신, 빨리빨리 문화, 활력, 승부근성 등과 같은 목표지향적인 도파민형 인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와 같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기질의 폐해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성인은 물론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도 부족한 행복감을 보상받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요즈음 다양한 중독증 환자(마약, 도박, 게임 등)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흔히 천재와 미치광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이, 도파민 신경계가 최적으로 작동한다면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천재 과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정신병 환자가 되거나 쾌락에 빠진 초라한 중독자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창조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몰입하는 ‘도파민형 인간’과 맥을 같이하는 과학자의 특성상 우리는 도파민 신경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취미생활, 꾸준한 운동, 여행, 맛있는 음식 먹기 등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행복중추를 자극하여 뇌 내에 도파민이 끊임없이 샘솟게 해야 한다. 물론 또 다른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신경계도 함께 활성화시켜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지만.

현재 효과가 우수한 비정형 정신분열증 치료제가 다수 개발되어 좋은 치료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재발률이 높다. 또한 정신병 음성증상 및 인지기능 장애 치료 효능이 미약하고, 당뇨 유발, 체중 증가, 심장 독성, 운동장애 등의 부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차세대 정신병 치료제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신병 치료제의 세계시장 규모는 25조원 이상으로 매우 크고, 2010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5개 약물 중에 정신병 치료제가 3개나 포함되어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약리활성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도파민 및 세로토닌 수용체 동시 조절작용’이 있는 새로운 정신분열증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가시적인 연구 성과 도출이 기대되고 있다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신물질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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