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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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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상과 정신병적 상태 구별 쉽지 않아
작성자 송추정신병원 작성일 2013-02-04  (조회 : 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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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정신병적 상태 구별 쉽지 않아 
 
 
‘정신장애’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김용식 석좌교수 | 동국대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학사전에 따르면 ‘정신장애’란 “유전, 물리, 화학, 생물, 심리 혹은 사회문화적인 요인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일어난, 행동에서의 부적응이나 기능장애로 나타나는 정서적 불평형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정신장애의 원인은 지극히 복합적인 데다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한마디로 무엇을 정신장애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학자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난다.

실존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정신장애를 첫째, 정신증상을 동반하는 이미 알려진 신체질환, 둘째 조현병(정신분열병) 및 양극성 장애와 주요정신병, 셋째 신경증(노이로제)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이상 반응 및 인격장애로 나누고 있다.

야스퍼스 분류의 첫번째 군은 신체 질환 유무에 기반을 두므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때 별반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두번째 군인 주요정신병의 경우 ‘증상’만으로 ‘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들이 나타내는 소위 증상이 정상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 ‘환청’이나, 다른사람이 나를 해치려 한다고 의심하는 ‘망상’을 경험한 비율이 정상인에서도 무려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환자’에 정신과 의사도 속아

‘진짜환자’는 ‘가짜’ 바로 가려내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청소년 중, 면담 상으로는 9~14%, 자가보고형 설문조사 상에서는 무려25%의 응답자가 ‘정신병적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정상과 정신병적 상태를 질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만 양적인 차이에 불과한 것인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라 하겠다.

그저 스스로 이해가 되면 정상이요,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이라 칭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물론 정상과 비정상이 단순히 정도 차이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치료가 잘된 환자들은 과거 자신의 행동에 무언가 비정상적인 요소가 있었음을 잘 인식하기도 한다. 또한 아직 치료가 되지 않아 스스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라도, 똑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다른 환자를 보면 뭐가 비정상인지 금방 구분해낸다.

아마도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것을 타인 혹은 자신에게 엄밀하게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외부로 드러나는 객관적 소견보다는 환자의 주관적 경험의 본질 속에 숨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EBS에서도 방영된 바 있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1973년 로젠한이라는 심리학자는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라는 가짜 환자 실험을 주도했다. 미리 짜인 각본대로 정상인이 환자의 증상을 흉내 내면서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았다.

환자의 내적, 현상학적 경험을 무시하고 외적, 객관적 소견만을 중시한 정신과 전문의는 가짜 환자를 진짜로 오진하였지만, 오히려 생활을 같이하게 된 ‘진짜환자’들은 ‘가짜환자’를 잘 가려냈다고 한다.

이렇듯 정신장애의 증상은 언어만으로는 표현이 어렵고, 설령 표현된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현상학적 작업을 통하여 타인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가 어렵다.

결국 이 사람이 정상이냐 병을 앓고 있느냐를 판단하려면, 증상의 심각도, 지속기간, 주기뿐 아니라, 평소 성격, 주변 상황, 그리고 그 상태가 당사자의 삶에 미친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음의 정체나 뇌의 기능이 완전히 밝혀져야만 정신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불교신문 2853호/ 10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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